[세계를 보다]‘기업형’ 변신 아프리카 해적

2021-08-08 29



우리 국민들이 서아프리카 해상에서 잇달아 해적에 납치되고 있습니다.

파병 중에 코로나가 한바탕 쓸고 갔던 청해부대 역시, 구출작전에 투입됐는데요.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세계를 보다] 김윤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참치잡이 어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 4명이 서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해적에 납치된 건 지난 6월 1일.

정부는 석방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동아프리카 아덴만 지역에 있던 청해부대 34진 문대왕함을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급파했습니다.

하지만, 도중 들른 기항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부대원 301명 전원이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신원식 / 국민의힘 의원(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
"7월 10일 감기 발생했을 때도 아덴만에 있었던 게 아니고 서아프리카 해역에 있었던 거 아니에요? 배가 왜 이렇게 갔냐 이거예요."

[서욱 / 국방부 장관]
"작전 임무에 대해서는 현재 거기에서 인질을 고려한 협상을 하고있고 그래서 조금 저희들이 답변하기가 곤란한데요. 그걸 보안을 지켜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2011년 1월,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습니다.

당시 청해부대가 구출작전에 나섰습니다.

[현장음]
"계단 밑에 대기해!"

작전 과정에서 석해균 선장은 몸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석해균 /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함포 소리가 나고 총소리가 나자 마자 (해적들이) 제일 먼저 나한테 오더라고요. 바로 총을 쐈어요. 트라우마는 아무래도 있죠."

과거 아프리카 해적들은 생계형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다니며 지나가던 어선들을 약탈했습니다.

최근엔 기업형으로 변신했습니다.

반정부 무장 세력들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아 군대처럼 움직이며 대형 유조선과 화물선을 노렸습니다.

[존 토고 / 아프리카 해적]
"석유 펌프장과 파이프라인, 바지선, 나이지리아 석유공사 등 이것들이 내 먹잇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물동량이 줄자 다시 어선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서아프리카 해적은 납치 전문입니다.

지난해 세계 선원 납치 피해자 135명 가운데 130명이 여기서 납치됐습니다.

[마이클 홀렛/ 국제해사국(IMB) 상업범죄 서비스 국장]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해상 납치의 95%가 기니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해역은 중요한 참치 어장으로 세계 원양업계가 주목하는 곳입니다.

최근 해결된 우리 선원 피랍사건 2건도 참치 조업 도중 발생했습니다.

[이윤홍 / 주 가나 명예해양수산관]
"어선을 상대로 선원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는 변형된 트렌드로… 어선들은 선속도 느리고, (해적이) 선박 침범하기에도 좋고, 납치할 수 있는 인원 수도 많아요."

배에 실린 물건보다는 인질들의 몸값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진 건데, 정부가 개입하면 협상력은 높아지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종화 / 전 경찰대 위기협상연구센터 교수]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지불 능력이 무한대로 커져서 한국 사람이 납치의 목표가 돼요. (몸값도) 국가 별로 차이가 있고요."

해적들의 납치가 계속되자 국회는 위험 수역에서의 조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해적피해 예방법' 개정안을 지난 달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주변국들이 해안 경비정 부족 등으로 해적 퇴치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국제사회의 공조가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세계를 보다, 김윤수입니다.

ys@donga.com
영상취재 : 박희현
영상편집 : 김문영

Free Traffic Exchange